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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부산 명소 임랑 묘관음사 향곡 성철 큰스님 이야기

by 빗방울이네 202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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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임랑 바닷가 근처에 있는 묘관음사에 가봅니다.

 

이곳에서 함께 수행하셨던, 도반인 향곡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의 체취도 좇아가 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씻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물건도 사람처럼 공손히 여겨야 한다'라는 문장

 

독서를 하다 이런 문장을 만나면 누구라도 두 눈이 휘둥그레지겠지요?

 

(향곡 큰스님이) 다락 청소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어떻게 하시는지 몰라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향곡 큰스님 일화 - 봉암사의 큰 웃음」(법념스님 글, 도서출판 답게, 2017년) 중에서.

 

큰스님이 다락 청소를 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청소를 할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청소를 하는데 소리가 안 나는 까닭이 무얼까요?

 

'물건도 사람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두 손으로 공손히 들어야 한다.'라는 것이 큰스님의 지론이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물건에 공손하면 삶이 온전히 공손해지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장은 세상의 어떤 잠언보다 우리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 큰스님이 향곡(香谷) 스님(1912~1978년)입니다.

 

언제나 물건을 조용히 놓고 공손히 대하셨다는 향곡 큰스님을 생각하니, 빗방울이네는 저도 모르게 두 손이 앞으로 모아지네요.

 

향곡 큰스님은 경허, 혜월, 운봉 조사의 법맥을 이은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高僧)입니다.

 

향곡 큰스님이 30여 년간 계셨다는 부산 임랑의 묘관음사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묘관음사는 향곡 큰스님과 도반인 성철 큰스님(1912~1993년)이 함께 치열하게 수행한 곳이기도 합니다.

 

부산_임랑에_있는_묘관음사._돌계단_너머로_대웅전과_그_앞의_키_큰_종려나무들이_보인다.
부산 임랑에 있는 묘관음사. 돌계단 너머로 대웅전과 그 앞에 키 큰 종려나무들이 보인다.

 

2. 키 큰 종려나무들이 절 마당에 늘어선 해변의 절

 

1946년 운봉선사가 창건한 묘관음사(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53-38)는 올해(2026년)로 80년 된 아담한 절입니다.

 

대웅전 앞마당에 10 여그루의 키 큰 종려나무가 이곳이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네요.

 

대웅전 뒤 산 쪽으로 한 바퀴 돌게 이어진 돌계단이 운치 있네요. 그 주변에 빽빽한 동백나무 그늘에 깃들고 싶은 한산한 절입니다.

 

그 좋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 관음전(觀音殿) 앞마당에서 보니 동쪽으로 푸르른 임랑 바다가 출렁이고요.

 

'고양이가 들어와서 법당을 야단법석으로 만듭니다. 문을 잘 닫아 주세요.'라는 당부 메모가 법당 문 앞마다 달려있는, 귀여운 고양이도 함께 수행(?)하는 다정한 절집입니다.

 

3. 묘관음사에 있는 '불자(拂子)'를 아시나요?

 

그런 호기심 많은 고양이 때문에 문들이 꼭꼭 닫혀있는 조사전(祖師殿)의 문 하나를 열고 가만히 들어가 봅니다.

 

정면 벽에 경허 스님과 혜월, 운봉, 향곡 스님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네요.

 

이 분들이 중국 고승 임제(臨濟)의 종지를 근본으로 하는 임제종(臨濟宗)의 법맥을 이은 선사들입니다.

 

임제종은 참선(參禪)으로 자신의 본성을 구명하여 깨달음의 묘경을 터득하는 선종(禪宗)의 다섯 종파 중 하나입니다.

 

조사전 벽에 걸린 초상화에서 경허 스님과 향곡 스님은 오른손에 각각 주장자(拄杖子)를 쥐었는데, 혜월 스님과 운봉 스님은 아주 소담한 먼저떨이(?)를 하나씩 쥐고 있네요.  

 

아니, 천하의 대선사님들이 왜 먼지떨이를 소중한 보물인양 오른손에 쥐고 초상화 속에 계신 걸까요?

 

이것이 바로 '불자(拂子)'라고 불리는 불구(佛具)입니다.

 

'拂(불)'은 '떨치다, 사악함을 털다, 먼지를 털다, 닦다, 씻다'의 뜻입니다.

 

'근거 없는 소문을 불식(拂拭) 시킨다'라고 할 때도 같은 '拂(불)'자가 들어가네요. 불식(拂拭)은 '먼지를 떨고 훔친다'에서 의심이나 부조리한 점을 말끔히 떨어낸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원래 먼지를 터는 도구였던 불자(拂子)가 수행자의 번뇌를 떨쳐내는 상징을 갖게 된 점이 흥미롭습니다.

 

혜월 스님의 불자(拂子)가 그 제자인 운봉 스님에게, 운봉 스님은 제자인 향곡 스님에게 전해져 지금 묘관음사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부산시 문화재 자료 제46호).

 

4. 향곡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이 우물에서 벌인 일은?

 

묘관음사의 대웅전 왼쪽에 '탁마정(琢磨井)'이라는 아주 특별한 우물로 가봅니다.

 

우물 옆에 서 있는 안내문을 읽어봅니다.

 

'두 분 스님께서 젊은 날 이곳에서 수행하실 때 더욱더 깊고 세밀한 깨달음의 세계를 체험하고자

한 스님이 다른 스님의 목덜미를 잡고 우물 속으로 머리를 처넣고 올려주지 않아

생명이 극한 상황에 이르게 하여 한마디 이르도록 하여 공부를 지어 나가셨는데

뒷날 두 분 스님은 차별삼매를 낱낱이 점검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사의 반열에 오르셨다.'

 

이 두 분 스님이 바로 향곡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입니다.

 

이곳 묘관음사에서 사생결단(死生決斷)하고 깨달음을 향해 함께 나아갔던 두 젊은 스님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일화네요. 

 

이 우물은 물이 지표면까지 차는 우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지금은 넓적한 돌로 우물을 덮어 두었네요. 그 돌 위에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고요.

 

- 지금 너의 일에 혼신(渾身)을 다하고 있는가!

 

우물가에서 두 스님의 치열한 수행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묘관음사_관음전에서_본_풍경._아담한_절집_너머로_푸르른_임랑_바다가_보인다.
묘관음사 관음전 쪽에서 바라본 풍경. 아담한 절집 너머로 푸르른 임랑 바다가 보인다.

 

5. '묘관음사'라는 절 이름 이야기

 

그런데 절 이름이 왜 묘관음사(妙觀音寺)일까요?

 

묘관음사(주지 서강스님) 쪽에 따르면, 묘관음사라는 이름은 각각 지혜와 자비의 화신인 문수보살(文殊菩薩)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문수보살은 산스크리트어로 만주스리(Manjusri)라고 하고, 문수사리(文殊師利) 혹은 만수사리(曼殊師利)라고 번역되며, 줄여서 문수 또는 묘길상(妙吉祥)이라고 부른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고 합니다.

 

그러니까 문수보살의 묘길상에서 '묘(妙)'를, 관세음에서 '관음(觀音)'을 따서 절 이름이 '묘관음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관음(觀音)은 소리(音)를 관(觀)한다는 뜻이니, 임랑 바다가 가까운 절 이름으로 묘관음사는 참 절묘한 이름이네요.

 

묘관음사에 가거들랑 파도만 보지 말고 소리를 들어보소.

파도 소리를 듣다 싫증 나면 이번에는 향곡 선사가 즐겼던 해조음을 들어 보소.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해조음이 들리는가! 그래야 묘관음사라네.

▷「조용헌의 사찰기행」(이가서 펴냄, 2007년 초판 4쇄) 중에서.

 

빗방울이네, 묘관음사 관음전 앞에서 눈을 쉬고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임랑바다의 파도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밤이면 더 선명해질 소리겠습니다.

 

저 끊임없는 파도소리에 의식이 집중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의식이 집중되어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말은 개체 의식을 넘어서 우주 의식과 합일됨을 말한다.

이 경지를 불가에서는 '타성일편(打成一片)' 즉 전체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위의 같은 책 「조용헌의 사찰기행」 중에서.

 

관세음보살은 '이근원통(耳根圓通)', 즉 귀로 듣는 지혜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수행은 소리를 들을 때 돌이켜 자기의 자성을 듣는 수행입니다.

 

안으로 향하여 돌아와 자기의 자성을 들으면 ···.

그러면 모든 바깥의 육근, 육진의 경계를 잊어버린다.

▷「능엄경 강설」(선화상인 지음, 정원규 옮김, 불광출판사, 2012년) 중에서.

 

아상(我相)을 없애고 지각대상에 대한 관념에 머물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길을 생각해 봅니다.

 

6. 임랑 바닷가를 걸으며 두 큰스님을 생각하며

 

묘관음사에 와서 이처럼 선각자들의 체취를 좇으며 절 밖의 임랑 바다로 나가봅니다.

 

바다는 묘관음사 정문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입니다.

 

바다의 왼쪽 해안선 멀리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이고 가까이로는 갯바위들이 보입니다.

 

향곡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이 묘관음사 수행시절 저 갯바위에 앉아 수행을 했다고 합니다.

 

(임랑 바닷가의 용소바위는) 성철 큰스님과 향곡 큰스님이 자주 가셨던 장소이다.

두 분이 걸터앉아 서로 법담을 나누기도 하고 바위에 누워

공부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중 모르고 계셨던 자리이기도 하다. 

▷맨 위의 같은 책 「향곡 큰스님 일화 - 봉암사의 큰 웃음」 중에서.

 

두 분이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소리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를 서성거렸습니다.

 

향곡 큰스님은 해인사에 있는 성철 큰스님이 그리워 벽에 대고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보고 지바라(싶어라), 보고 지바라, 성철이가 보고 지바라.

가고 지바라, 가고 지바라, 해인사로 가고 지바라.

▷위의 같은 책 「향곡 큰스님 일화 - 봉암사의 큰 웃음」 중에서.

 

아, 친구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친구에게 누가 될까 봐 선뜻 찾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참고 있네요.

 

서로에게 힘이 되는 벗, 저리 애절히 '주문'을 외면 진한 그리움이 좀 연해질까요? 

 

서로를 채워주는 벗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는 묘관음사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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