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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좋은 수필집 법정 스님 무소유 명문장-1

by 빗방울이네 2026.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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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1932~2010년, 전남 해남)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에 나오는 명문장 6개를 만나 봅니다.

 

오늘 만나는 책 「무소유(無所有)」는 범우사 1995년 2판(46쇄)으로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네요.

 

1976년 처음 나왔는데, 이 수필집의 제목이 된 수필 '무소유'를 비롯하여 모두 35편의 수필이 실려 있습니다.

 

137쪽의 작은 책이지만 울림이 큰 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나의 취미는 인내'라는 말에 대하여


'오늘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다.'

- 법정 스님 수필 ‘나의 취미는’ 중에서(서울신문, 1973.9.8).

 

법정 스님 41세 즈음이 문장이네요.

 

입산 출가(1954년) 한 지 20여 년에 이른 즈음입니다.

 

이 즈음 스님의 취미가 '인내'라고 밝혀두셨네요.

 

빗방울이네는 세상에 인내가 취미라는 분은 처음 봅니다.

 

인내(忍耐)란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합니다.

 

스님은 '끝없는 끝없는 인내'라고 '끝없는'을 두 번이나 쓰셨네요.

 

무엇을 그토록 참고 견디려 했을까요?

 

욕망일 것입니다.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히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편해지려는 마음, 소유하려는 마음, 쾌락을 탐하는 마음 말입니다.

 

이런 것들을 인내하는 것이 법정 스님의 '취미'라고 하시네요.

 

그렇게 설정해 두고 자신의 욕망을 순간순간 제어해 가는 엄정한 수행의 나날을 떠올려 봅니다.

 

취미 생활하기 매우 힘든 취미였겠지만, 그 어려운 시간이 쌓인 실체가 바로 우리가 아는 법정 스님이겠지요?

 

그대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진짜 양서(良書)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한다.'

- 법정 스님 수필 ’비독서지절(非讀書之節)‘ 중에서(서울신문, 1973.9.15).

 

이 문장을 읽으니 스피노자의 저작 「에티카(Ethica)」가 떠오르네요.

 

빗방울이네에게 이 책이 '자꾸 덮이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자기 원인이란, 그것의 본질이 존재를 포함하는 것, 또는 그것의 본성이, 존재를 제외하고는, 생각될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 「에티카」(스피노자 지음, 황태연 번역, 비홍, 2015년)

 

이 문장 앞에서 빗방울이네는 딱딱한 벽 앞에 마주 선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자꾸 덮이는 책'일 수밖에요.

 

이런 책은 너무 힘들어 끙끙거리면서 덮고 또 펼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성난 마음에 가끔 던지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해야 어느 날 이 '자꾸 덮이는 책'은 자신의 완고한 철문을 스르륵 열어주는 것만 같습니다.

 

'무릇 고귀한 것은 드물고 어렵도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어려움을 통과해야 고귀한 것을 만날 수 있는 것만 같습니다.

 

법정 스님은 그런 책이 진짜 좋은 책(良書)이라고 하시네요.

 

그대의 '자꾸 덮이는 책'은 무엇인지요?

 

"나의_취미는_끝없는_끝없는_인내"-법정_스님_수필_'나의_취미는'_중에서.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 - 법정 스님 수필 '나의 취미는' 중에서.

 

2. '내가 가진 것'에 대하여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 법정 스님 수필 ’무소유(無所有)’ 중에서(현대문학, 1971.3).

 

이 문장을 법정 스님은 수필 '무소유(無所有)' 첫머리에 인용해 두셨네요.

 

이 문장은 마하트마 간디(1869~1948년)의 말입니다.

 

간디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입국하려고 검색대에서 세관원에게 자신의 소지품을 펼치면서 한 말입니다.

 

'탁발승(托鉢僧)'. '맡길 托(탁)', '바리때(승려의 밥그릇) 鉢(발)', '중 僧(승)'. 집집마다 다니며 밥그릇을 내밀어 동냥을 하는 승려를 말합니다.

 

'물레'는 솜이나 털 따위의 섬유를 자아서 실을 만드는 기구입니다.

 

간디는 평생 물레에 천착했습니다.

 

국민 스스로 실을 잣고 직물을 짠다면 다른 나라의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자립정신의 상징으로 물레를 내세운 것입니다.

 

이 같은 간디의 요청으로 인도 국기 중앙에 물레가 들어가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요포(腰布)'는 허리에 두르는 담요 같은 거네요.

 

간디가 가진 것은 '물레'와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요포',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이 전부라고 합니다.

 

나머지 사치스러운 어떤 것들을 어디에 따로 쌓아두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면 새처럼 가볍게, 몸에 지닌 것만 가지고 훌훌 떠나면 되겠네요.

 

이 같은 간디의 말을 인용한 뒤 법정 스님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무척 부끄러웠다'라고 고백합니다.

 

빗방울이네도 이 구절을 보니,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네요.

 

그러면서도 또 무언가를 자꾸 가지려 하는 이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 구절도 참 좋네요.

 

빗방울이네는 얼마나 자주 '대단치도 않은 평판'에라도 얽매이는지!

 


'조금 늦을 때마다 너무 일찍 나왔군 하고 스스로 달래는 것이다.'

- 법정 스님 ’너무 일찍 나왔군‘ 중에서(동아일보, 1969.8.7).

 

우리가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버스가 떠나버릴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법정 스님은 '너무 일찍 나왔군' 한다고 하시네요.

 

다음 버스에 가장 먼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다는 말씀이네요.

 

이것이 스스로를 달래는 팁이라고 하시고요.

 

떠난 버스 뒤에 대고 스트레스 부리는 일은 마음까지 빼앗기는 일이라고 합니다.

 

너무 일찍 나왔군!

 

이렇게 소소한 팁을 삶의 결에, 마음의 결에 섬세하게 대입하고 적용하면서 깨달음의 길을 가신 스님이셨네요. 

 

3. 반질반질한 조약돌을 만드는 것에 대하여

 

'어떤 사물(事物)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 관념의 신축작용(伸縮作用)에 지나지 않는다.'

- 법정 스님 수필 ‘오해(誤解)‘ 중에서(중앙일보, 1972.1.31).

 

법정 스님은 우리는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했을 때, 그 이해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관념의 틀에서 진행된 이해, 그러니까 오해일 때가 많다는 말씀이네요.

 

관념은 '어떤 일에 대한 견해나 생각' 또는 '현실에 의하지 않는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생각'을 말합니다.

 

순전히 자기 생각에 머물러 있는 단계입니다. 

 

그런 '자기 중심적인 고정관념'은 자기의 기분이나 처지, 주변 분위기 등에 휩싸여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개념과는 거리가 먼 상태입니다.

 

순전히 나의 상상이나 공상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이런 상상이나 공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오해를 탄생시키는지!

 

그런 상태에서 서로 좋아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분노하는 우리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은 이렇게 덧붙여 두셨네요.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라고요.

 

이런 이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으면 좀 덜 오해할 수 있겠지요?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 법정 스님 수필 ‘설해목(雪害木)’ 중에서(불교신문, 1968.4.21).

 

이 아름다운 문장은 법정 스님의 수필 '설해목(雪害木)'에 등장합니다.

 

'설해목(雪害木)'이란 내린 눈('雪')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害') 나무('木')를 말합니다.

 

이 수필은 스님이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다가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하얀 눈에 부러지는 나무를 보고 쓴 수필입니다.

 

'자비(慈悲)'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타자의 마음을 여는 일은 위엄과 권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입니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 같은 끊임없는 사랑 말입니다.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행복한 삶의 팁이 되는 법정 스님의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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