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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스미기

법정 스님 무소유 반전 매력? 의외의 유머 코드 읽기

by 빗방울이네 2026.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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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대표 수필집 「무소유」 하면 청빈과 근엄함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사실 스님의 글 속에는 마음을 맑히는 특유의 해학과 유머 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스님의 수필 '그 여름에 읽은 책'과 '탁상시계 이야기' 속 재치 있는 문장들을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쿡 하고 웃다가 마음 편해지는 '자가용 변소'라는 말

 
좋은 수필로 수없이 추천되는 책,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범우사, 1995년 2판 46쇄)에 실린 '그 여름에 읽은 책'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비가 올 듯한 무더운 날에는 돌담 밖에 있는 정랑(淨廊:변소)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그런 때는 내 몸 안에도 자가용 변소가 있지 않느냐,
사람의 양심이 썩는 냄새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 법정 스님 수필 '그 여름에 읽은 책'(동아일보, 1972년 발표) 중에서.
 
하하. 우리 저마다 '자가용 변소'를 몸속에 지니고 있다고 하시네요.
 
이 문장은, 스님이 어느 여름 해인사 산방에서 공부할 때, 그 산방으로 불어오던 변소 냄새를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내 안에 이미 '자가용 변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같은 냄새를 무얼 그리 힘들어 하나! 하면서 참아냈다는 말이네요.  
 
변소를 절에서 '정랑'이라고 하고, 경상도 지방에서도 예전 분들은 '정랑'이라고 합니다.
 
'정랑'이라는 단어가 이 변소라는 것이 '푸세식'이라는 점을 우리 눈앞에 코앞에 확 부각하고 있네요.
 
오늘 빗방울이네는 마침 이런 문장을 만났답니다.
 
옛 스승들은 이 몸을 똥주머니라고 불렀다.
똥만 잔뜩 넣어다니는 똥주머니를 위해 무얼 그리 치장하고 어여삐 여기는가.
- 「아침을 여는 행복 편지」(법상 글, 2011년 3쇄) 6월 19일 편지 중에서.
 
법정 스님은 '자가용 변소'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똥주머니'라고 했네요.
 
우리 몸속에 '자가용 변소'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예 우리 몸이 '똥주머니'라고 생각하니 쿡 웃음이 나왔다가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대통령도, 재벌회장도 가지고 있는 '자가용 변소'네요.
 
교황도, 절세 미인도, 민초들도 가지고 있는 '똥주머니'고요.
 
겉 번지르르 하고 표정 우아하고 말씨 정갈해도 속에는 너나없이 '용쓰는 식(!)' '자가용 변소'를 품고 있네요.
 
이렇게 '자가용 변소'는 세상 누구라도 차별과 분별 없이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평화로운 말이네요.
 
그런데 법정 스님이 위의 인용문에 슬쩍 끼워둔 이 문장 보셨지요?
 
'사람의 양심이 썩는 냄새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느냐'
 
양심이 썩은 이들에게 보내는 법정 스님의 시니컬한 표정이 보이고 말투가 들리는 것 같은 문장이네요.
 
- 어그그, 양심에 털 난 족속들은 정말 싫어요! 
 
빗방울이네 '자가용 변소'도 '양심'도 건강하게 잘 관리하며 살겠습니다, 스님!
 

"내몸_안에도_자가용_변소가_있지_않느냐!"-법정_스님_수필_'그_여름에_읽은_책'_중에서.
"내몸 안에도 자가용 변소가 있지 않느냐!" - 법정 스님 수필 '그 여름에 읽은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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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도선생(盜先生)' 이야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 법정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에 실린  '탁상시계 이야기'에는 이런 흥미로운 문장이 등장합니다.
 
돌아와 보니 방문이 열려 있었다.
도선생(盜先生)이 다녀간 것이다.
- 법정 스님 수필 '탁상시계 이야기'(샘터, 1972년 발표) 중에서.
 
글을 한창 따라가다가 이 '도선생'을 만나 쿡 웃음이 터지게 됩니다. 그러다 이내 가슴에 슬픔이 차오르네요.
 
이 '도선생'은 뭐랄까요?
 
매사 평범한 진술('도둑')에 익숙해진 우리의 영혼을 살짝 간질여주는 스님의 집게손가락 같달까요?
 
스님의 문장은 '도둑이 든 것이다'가 아닌, '도선생이 다녀간 것이다'입니다.
 
'도선생'이라는 말, '선생'이라는 말, 그리고 '다녀갔다'는 말 오물오물 씹어봅니다.
 
스님의 방을 탈탈 털어 가버린 도둑인데도 '미움' 없는 문장입니다.
 
그 '도선생'을 바라보는 스님 마음 따스하네요. '도선생'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요.
 
같은 수필에서 이어진, 한 문단 더 만나 봅니다.
 
그런데 그는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가 싶어 있는 것 없는 것을 샅샅이 뒤져 놓았다.
잃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애석하지 않았는데
흐트러놓고 간 옷가지를 하나하나 제자리에 챙기자니
새삼스레 인간사(人間事)가 서글퍼지려고 했다.
- 법정 스님 수필 '탁상시계 이야기'(샘터, 1972년 발표) 중에서.
 
'도선생'이 엎어놓고 간, 엉망진창이 된 방을 보면서 망연자실 앉은 스님의 허탈한 표정이 보이네요.
 
뛰어가서 방 정리하시는 거 좀 도와드리고 싶네요.
 
참말로 '대단한 것' 없었을 스님의 청빈한 절방입니다.
 
그런 가볍디 가벼운 절방을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가 싶어' 이리 샅샅이 뒤지고 있었을 '도선생'의 마음을 또 오물오물 씹어봅니다.
 
얼마나 사정이 딱했으면 이 절방을 털러 왔나 싶기도 하고, 쓱 둘러보고 없으면 돌아갈 일이지 무에 그리 샅샅이 뒤졌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니 스님처럼 빗방울이네도 '인간사가 서글퍼지려고' 하네요. 아휴, 사는 게 무언지!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두 사람이 시계방에서 만납니다.
 
훔친 탁상시계를 팔려고 온 '도선생', 그리고 다른 시계를 사러 간 스님이요.
 
어떻게 했을까요? 빗방울이네라면 '도선생'의 멱살을 쥐었겠지요? 이렇게요.
 
- 내 탁상시계 내놔란 말이야!
 
그러나 스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도둑맞은 자신의 탁상시계를 다시 사 온다는 이야기가 수필 '탁상시계 이야기'입니다.
 
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는 유명하니까, 나중에 이 수필을 그 '도선생'이 읽었을까요?
 
그랬다면 그 '도선생', 많이 울었겠지요? 아휴, 사는 게 무언지!
 
법정 스님의 또 다른 명문장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법정 스님 무소유 명문장 해설 글'을 참고해 보세요.

 

좋은 수필 법정 스님 무소유(아름다움 진리는 하나인데 나의 애송시 불교의 평화관)

법정 스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범우사, 46쇄 1995년)에서 7개의 문장을 만납니다. 수필 '아름다움-낯 모르는 누이들에게', '진리는 하나인데-기독교와 불교', '나의 애송시', '불교의 평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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