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범우사, 46쇄 1995년)에서 7개의 문장을 만납니다.
수필 '아름다움-낯 모르는 누이들에게', '진리는 하나인데-기독교와 불교', '나의 애송시', '불교의 평화관'에 들어있는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법정 스님 수필 '아름다움' -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너의 하루하루가 너를 형성한다.'
- 법정 스님 수필 '아름다움 - 낯 모르는 누이들에게'(「종현」, 1971년 발표) 중에서.
빗방울이네 주변에 단아하고 맑은 인상을 주는 어른이 있습니다.
70대여서 피부는 주름지고 동작은 느려졌지만 육신에서 풍기는 고운 인상이 어쩐지 좋은 분이 있습니다.
빗방울이네는 그분을 만나면 그분의 일생을 한눈에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 일생은 거짓 없이 청정하고, 타인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가득 찬 삶일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언제나 꽉 찬 내면으로 흔들림 없이 꿋꿋한 삶일 것만 같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사람의 외양을 보면서 그 사람의 내면도 함께 보고 있네요.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보고 있네요.
이 수필 속에는 잠든 우리를 깨워주는 이런 찬물 같은 문장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은 지금까지 아름다운 행위를 통해 아름답게 얼을 가꾸어와서 그럴 거고,
추한 얼굴은 추한 행위만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럴 거야.'
지금 현재의 나란, 나의 지나온 하루하루가 만든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은 얼마나 엄정(嚴正)한 말인지요.
문득 지나온 나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그대는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아름다운 영혼이겠지요?

2. 법정 스님 수필 '진리는 하나인데' - 종교에 대하여
'우리는 저마다 외롭게 떠 있는 섬이 아니라, 같은 대지에 맺어져 있는 불가분의 존재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 법정 스님 수필 '진리는 하나인데 - 기독교와 불교'(「기독교 사상」, 1971년 발표) 중에서.
위의 인용 문장에 파란 글씨로 표시된 '불가분의 존재'란 어떤 뜻일까요?
'불가분(不可分)'은 '나눌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법정 스님은 그렇게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고 하시네요.
이 긴 문장에는 어떤 깊은 뜻이 들어 있을까요?
아래의 문장과 함께 음미해 봅니다.
온 우주를 자신의 몸으로 삼고,
온 생명을 자신의 생명으로 보고 살아가는 삶을 여래라고 부른다.
-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이중표 역해, 민족사) 중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기대어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인간만이 그렇겠는지요? 생명 있는 존재들이 다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내편 네 편이, 내 것 네 것이 없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자신의 생명이니 그 생명들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서로의 종교가 다르다고 편가르고 배척하고 공격하는 일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요.
이 시대의 '영적 스승'으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Dalai Lama, 1935년~ , 티베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 가진 존재들을 도와줘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는 말라.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 지음, 류시화 옮김, 김영사) 중에서.
이 문장은 달라이 라마 스스로 자신의 철학의 기초라고 합니다.
빗방울이네 작은 수첩 맨 앞장에 적어 두었던 문장입니다.
그대의 수첩에도 이 문장이 들어 있다면 좋겠습니다.
3. 법정 스님 수필 '나의 애송시' - 자유에 대하여
'할 일 좀 해 놓고 나서는 세간적인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내 식대로 살고 싶다.' 131
- 법정 스님 수필 '나의 애송시(愛誦詩)'(「여성동아」, 1972년 발표) 중에서.
이 수필에 등장하는 법정 스님의 애송시는 청마 유치환 시인님의 '심산(深山)'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바로 이 시입니다.
심심 산골에는 / 산울림 영감이 /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 홀로 살더라.
- 유치환 시 '심산(深山)' 전문
이 시에 대해 법정 스님은 '내 생활의 영역에 탄력을 주는 이런 언어의 결정(結晶)을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수필에 쓰셨네요.
스님의 '생활의 영역에 탄력'을 주는 시라고 하네요.
그러니 이 문장대로라면 법정 스님의 '생활의 영역'도 '탄력'을 잃을 때가 있다는 말이네요.
깨달음의 길을 가는 스님에게도 늘어져버린 고무줄 같이 맥이 빠질 때가 있다는 말요.
그래서 스님도 '세간적인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깊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요.
이 수필이 1972년에 발표되었으니 법정 스님(1932년생) 세수 40세 즈음입니다.
한창 이런저런 일로 바쁘셨던 시간이었겠습니다.
그런데 빗방울이네는 스님의 이런 간절한 소원을 접하니 어쩐지 위안이 되는걸요! 하하.
우리만이 아니라 스님도 그런 심정이시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세간적인 탈'을 벗어버리기가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요?
스님은 이 애송시 '심산(深山)'을 종이에 옮겨 머리맡에 붙여두었다고 하시네요.
이 시가 '내게 상상의 날개를 주어 구만리장천을 날게 한다'라고 하시고요.
그러니까 스님은 세간의 일로 머리가 쑤실 때마다 '심산(深山)'이라는 시 속을 들락거리셨네요.
그러면서 상상으로 세간의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신선놀이'를 하셨다는 말이네요.
빗방울이네도 이 시 '심산(深山)'을 머리맡에 붙여두고 때때로 들락거려야겠습니다.
그러면 시시때때로 골 쑤시는 일, 잠시나마 잊히겠지요?
4. 법정 스님 수필 '불교의 평화관' - 지도자에 대하여
'세계의 방향은 근원적으로 각 개인의 동정(動靜)과 직결되어 있다.'
- 법정 스님 수필 '불교의 평화관'(「대학불연보」, 1971년 발표) 중에서.
수필 '불교의 평화관'은 법정 스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의 마지막에 실린 작품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행복으로 가느냐 불행으로 가느냐는 개인의 동정(動靜)에 달려있다고 하시네요.
여기 쓰인 '동정(動靜)'의 뜻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할 것입니다.
그 뒤에 등장하는, 아래의 문장에서는 이 '동정'을 '동작'이라는 단어로 받고 있네요.
'세계적인 정치가의 동작은 그만큼 큰 반응을 초래한다.'
세계의 길을 좌우하는 '세계적인 정치가의 동작'에 세계의 삶, 우리의 삶이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반세기가 지난 이 문장이 어쩌면 오늘날의 사정을 이리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
그러면서 법정 스님은 이 수필에서 아래의 숫타니파아타의 문장을 인용해 두셨네요.
'어머니가 외아들을 목숨을 걸고 지키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량없는 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세계적인 정치가'들에게 이런 뜨거운 자비심을 전할 길이 없겠는지요?
글 읽고 마음 목욕하는 블로그 '독서목욕'에서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문장을 더 만나 보세요.
좋은 수필 법정 스님 무소유 명문장(아름다움 기독교와 불교 소음기행)
법정 스님 수필집 「무소유(無所有)」(범우사, 46쇄, 1995년)에서 3개의 문장을 만나 봅니다. 말씨, 투명한 영혼, 침묵에 대한 사유를 전해주는 깊고 깊은 문장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interestingtopicofconversation.tistory.com
'읽고 쓰고 스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논어 명문장 삼가자이옹철 상유벽공 천자목목 해취어삼가지당 시경 옹시 (3) | 2026.05.25 |
|---|---|
| 천상병 대표 시 모음(새 행복 나의 가난은 소릉조 귀천) (26) | 2026.05.16 |
| 논어 명문장 팔일 무어정 시가인야 숙불가인야(분수에 넘치는 일) (25) | 2026.05.13 |
| 좋은 수필 법정 스님 무소유 명문장(아름다움 기독교와 불교 소음기행) (36) | 2026.05.09 |
| 조지훈 대표 시 모음(병에게 파초우 풀잎단장 고사 1 낙화) (34) |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