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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차 직접 만들기 쑥 캐기 덖기 비비기 털기 쑥차 효능

빗방울이네 2025. 6.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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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쑥차를 만들어봅니다.
 
쑥차를 만드는 시간은 몸과 마음에 쑥향을 가득 채우는 시간입니다.
 
함께 만들며 마시며 몸과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단오(端午) 전후에 쑥을 캐야 한다고요?

 
빗방울이네의 '쑥차 만들기'라는 생애 첫 도전은 아래 두 편의 시에서 촉발되었답니다.
 
불로초 같은 오시(五時)의 생각은 오늘도 달린다
- 노천명 시 '오월의 노래' 중에서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正午)
- 노천명 시 '푸른 오월' 중에서
 
5월을 노래하는 시에서 시인님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면서 5월의 오시(五時)와 정오(正午)를 생명의 약동을 은유하는 중요한 시적 오브제로 등장시킵니다. 
 
오시(五時)는 오전 11시~오후 1시, 정오(正午)는 낮 12시입니다.
 
도대체 이 시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일 년 중에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인 단옷날 중에서도
오시(五時)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이므로
단옷날 오시를 기해서 농가에서는 익모초와 쑥을 뜯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단오' 설명글 중에서.
 
아, 그랬었네요. 그래서 노천명 시인님은 그 시간의 상징을 자신의 시에 가져왔네요.
 
단옷날(음력 5월 5일)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가 양의 기운,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날 이때 '쑥'을 뜯는다고 할까요?
 
쑥은 보통 이른 봄에 먹는데요. 겨울의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온 쑥이 보약이라고 해서 쑥국을 먹고 쑥떡도 해 먹지 않습니까?
 
그런데 봄이 다 지나가는 단오에 '쑥을 뜯는다'는 말에 빗방울이네의 호기심이 발동했답니다.
 
도서관으로 달려갑니다. 이른 봄이 아니라 한창 늦은 봄, 단옷날 캐는 쑥의 비밀을 찾기 위해서요.
 
그렇게 쑥을 뒤쫓던 빗방울이네는 도서관 서가에서 쑥차 만드는 책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 전후에 쑥 잎과 줄기의 윗부분을 채취하여 사용한다.
▷「내 손으로 만드는 산야초차」(김시한 지음, 도서출판 창해, 2018년) 중에서.
 
애엽(쑥) 꽃차의 제다법
- 채취시기 : 5월 5일 단오
▷「꽃차, 사상의학으로 만나다」(김형기 임병학 지음, 중도, 2021년)중에서.
 
쑥의 채취와 조제
- 예로부터 5월 단오에 채취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햇볕 또는 그늘에서 말린다.
이때에 채취한 것이 유효성분의 함량이 가장 높다고 한다.
▷「몸에 좋은 산야초(山野草)」(윤국병, 장준근 지음, 석오출판, 1989년) 중에서
 
쑥의 효능을 소개하는 3권의 책 모두 단옷날 또는 단오 전후에 쑥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때 유효성분 함량이 가장 높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단옷날 또는 단옷날 전후에 캐는구나!
 
이리하여 빗방울이네, 단옷날 쑥을 캐러 갑니다.
 
일 년 중 양의 기운이 가장 충만하다고 하는 단옷날입니다.
 
단옷날 중에서도 쑥의 약성이 가장 좋다는, 태양이 중천에 뜨는 정오 즈음에 맞추어 쑥을 캐기 위해 들판으로 갑니다.
 

2. 혈관 건강에 좋은 쑥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려

 
오늘(단옷날) 쑥 캐는 장소는 아름다운 홍룡폭포가 있는 양산 홍룡사 바로 아래 들판입니다.
 
도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통행 차량들의 먼지를 덜 타는 청정한 곳입니다.
 
밭에 싱싱한 쑥이 쑥쑥 자라 있네요. 무릎까지 쑥대가 올라온 것도 있도 아직 땅에 바짝 붙은 것도 있고요.
 
그 뜨거운 태양 아래 하늘을 찌르는 창처럼 솟은 쑥들을 보니 힘찬 기운이 쑥쑥 솟는 것만 같았답니다.
 
쑥아, 그 떳떳하고 의연한 힘을 빗방울이네에게 좀 나누어다오!
 
조심스럽게 쑥에게 마음을 내밀어봅니다.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면서 동굴 속에서 100일을 견디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 그 쑥입니다.
 
곰은 끝까지 동굴에서 견뎌 사람(웅녀)이 되었고, 단군왕검을 낳았다고 하는 그 좋은 쑥입니다.
 
사람 아닌 생명을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 쑥이네요.
 
쑥아, 부디 사람답게 살도록 그 떳떳함과 의연함을 나에게 조금 건네주오!
 
쑥을 캘 때 가능한 쑥대 끝의 여린 잎만 채취했습니다. 다른 부위는 가능한 많이 남겨두어야 쑥도 살아갈 테니까요.
 
모자와 토시, 장갑을 끼고 접이용 작은 과일칼을 들고, 쑥 주위에 뱀이나 다른 해충이 있나 꼼꼼히 사주경계를 하면서요.
 
사실은 칼을 든 이는 빗방울이네인데, 뱀이나 다른 해충이 보면 더 기겁할 일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으니깐요.
 
그렇게 1시간가량 캐니 커다란 비닐봉지 가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쑥은 어디에 좋을까요?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작용이 뛰어나 혈압이 높아도 혈관이 터지지 않게 하고,
눈이 충혈되었을 때나 핏발이 섰을 때 쑥 잎을 달여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핏발이 사라진다.
쑥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데 이는 위장 점막의 혈행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 덕분이다.
▷위 책 「내 손으로 만드는 산야초차」 중에서.
 
쑥의 효능 중 눈에 띄는 점이 혈관 건강에 좋다는 점이네요.
 
혈관 건강이 몸 건강의 핵심이고 보면, 예로부터 쑥이 왜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렇게 좋은 쑥, 그것도 단옷날 캔 쑥으로 쑥차를 만들어봅니다.
 
과연 성공할까요?
 

쑥차_만들기_과정. 왼쪽부터_1,_2,_3차례 덖는 장면(위)과_비비고_털어_채반에_널어놓은_장면(아래).
쑥차 만들기 과정. 왼쪽부터 1, 2, 3차례 덖는 장면(위)과 비비고 털어 채반에 널어놓은 장면(아래). 점점 숨이 들어가 쑥차가 되어가는 형상이다.(나무 채반이면 더 좋겠다)

 

3. 집에서 쑥차 직접 만들어본 이야기

 
빗방울이네의 생애 첫 쑥차 만들기 도전 과정을 소개합니다.
 
우선 들판에서 캐온 쑥을 잘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쑥잎만 땁니다.
 
쑥잎을 뺀 나머지 큰 줄기와 작은 줄기들은 따로 모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방향제로 사용해 보니 잠이 솔솔 잘 오는 것만 같았답니다.
 
쑥차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니 3번 덖어주기와 비비기가 핵심이었습니다.
 
막상 직접 만들어보니 쑥차 만들기는 저절로 터득되는 과정이랄까요?
 
불의 세기는 중불보다 약한 불, '중 약불'입니다. 마침 집에 알맞은 웍(wok)이 있어 덖기에 사용해 봅니다.
 
1차 덖기와 비비기, 털기입니다.
 
참고로 덖기는 짝꿍 풀잎이, 비비기는 빗방울이네 담당이었습니다(풀잎은 들볶고, 빗방울이네는 비비고!).
 
덖기와 비비기에 각각 30분 정도 걸리는,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네요.
 
물기를 뺀 생쑥을 웍에 넘칠 정도로 가득 넣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뒤집어주는데 그때마다 생쑥 속의 수분이 수증기로 올라옵니다.
 
그 수증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1차 덖기를 해줍니다.
 
덖은 쑥을 채반에 널어 식힙니다.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식으면 비벼줍니다.
 
빗방울이네는 한 줌 정도 집어 새알 만들듯이 양 손바닥으로 굴리면서 비볐습니다.
 
그렇게 비벼서 둥글게 된 쑥덩이들을 텁니다. 털어서 서로 엉겨 붙어있는 것을 떼어내는 것입니다.
 
턴 쑥을 얇게 펴 널어서 1시간 이상 그늘에서 말립니다. 그늘에서 말려야 쑥향이 쉽게 날아가지 않을 테니까요. 
 
그다음 2차 덖기, 털기를 합니다.
 
웍에 말린 쑥을 넣어 다시 덖습니다. 2차 덖기에서 나는 쑥향은 아주 진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농축된 쑥향이랄까요?
 
그렇게 뒤집어가며 덖어주었는데 수분이 다 날아가고 향기만 나는 즈음 덖기를 끝냅니다. 이때 쑥의 상태는 수분이 완전히 빠져 까슬까슬한 촉감을 줍니다.
 
그러면 그 쑥을 웍에서 꺼내서 다시 널따란 채반 위에 올려 식히면서 공처럼 말아 비벼줍니다.
 
비벼보니 이렇게 비비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쑥을 비벼 식물체의 조직을 으깨어서 쑥차를 먹을 때 약성이 잘 우러나게 하는 작업이겠습니다.
 
빗방울이네는 두 번씩 비벼주었는데 처음에는 큰 공, 두 번째는 조금 더 작은 공을 만들면서 비볐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게 비비면 쑥이 놀랄 것 같았거든요. 쑥에게도 마음의 여유를 주고 싶었달까요?
 
마지막 3차 덖기, 비비기, 털기를 합니다.
 
2차 덖기와 비비기, 털기를 한 후 1시간 이상 그늘에 널어 말린 쑥을 다시 중 약불의 웍에 넣습니다.
 
와, 한약냄새가 나요!
 
한창 덖고 있던 풀잎이 소리쳤습니다. 1, 2차 덖기의 향과는 다른, 쑥 속 아주 깊고 깊은 곳에 있던 쑥향이 올라온 것입니다.
 
드디어 쑥차에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덖으면 될 것같은 일을 3차례나 나누어서 하는 까닭은 뭘까요?
 
쑥이 품고 있는 약성(藥性)을 쑥차 속에 온전히 잘 가두기 위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네 생각으로는요, 그 과정에서 쑥을 한숨 쉬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3차례 덖기와 비비비, 털기를 한 뒤 열처리를 합니다. 즉, 웍에 넣어 한소끔 정도 열을 가합니다.
 
완전히 수분을 제거해야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쑥차가 완성되었습니다. 장장 하루동안의 긴 여정이었네요.
 

제조된 쑥차 음미하기. 깊고 그윽한 맛이 몸과 마음으로 스며들어 좋은 기운을 주는 것만 같다.

 

4. 쑥차 만들어 마시고 쑥과 하나 되어 본 이야기

 
시음을 해봅니다.
 
빗방울이네는 다완에 차를 바로 넣어 뜨거운 물을 붓고 우려 마십니다.
 
마실 때 달려오는 차 건더기를 후후 불면서 마시는 편입니다.
 
그렇게 덖고 비비고 털어댔건만! 뜨거운 물을 붓자 오그라들었던 쑥이 다시 파랗게 살아나는 움직임이 신비롭기만 하네요.
 
다완을 기울입니다. 얼굴에 가득 덮어오는 뜨거운 쑥향 덩이를 가르며 쑥차를 몸속으로 영접합니다.
 
쑥, 그대는 참 좋군! 몸을 이롭게 해 줄 친구 같군!
 
빗방울이네 첫 쑥차 만들기 대성공입니다.
 
단옷날 푸른 하늘을 찌르는 좋은 기운을 먹으며 들판에 서 있던 쑥입니다.
 
홍룡폭포 아래 밭에서 맑은 폭포수 먹고 자란 쑥입니다.
   
고요한 밤에는 그 용감하고 우렁찬 폭포소리 들으며 자란 쑥입니다.
 
그다음 날입니다.
 
빗방울이네가 출석하는 국선도 수련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내공수련에 몰두하면서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동작을 바꾸었을 때 어디선가 은은한 쑥향이 났습니다.
 
빗방울이네 더워진 몸에서 나는 체취였습니다.
 
어제 만들어 마신 쑥차가 그새 빗방울이네 온몸 구석구석에 다 퍼졌다는 말이네요.
 
빗방울이네와 하나(!)가 되었다는 말이네요.
 
어제까지 들판에 서 있던 쑥이 이렇게 빗방울이네가 되어 씩씩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명과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빗방울이네는 다시 만물을 사랑하고 사랑하여야겠습니다!
 
ps - 쑥 차 만들기는 단옷날(음력 5월 5일, 2025년의 경우 5월 31일) 전후가 좋다고 하니 지금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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