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다른 길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박노해 시인님의 사진 에세이집 「다른 길」의 한 구절을 만납니다.
삶에서 소중한 것,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문장 읽기
책을 읽다가 만나는 어떤 문장은 그동안 지나쳤던 삶의 내면을 환히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박노해 시인님의 사진 에세이집 「다른 길」에 나오는 이 문장이 그랬습니다.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느린걸음, 2014년 6쇄) 중에서.
이 사진 에세이집은 모두 350쪽으로 되어 있는데, 박노해 시인님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그 사진 속의 장면에 대해 성찰한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의 문장은 '천연 설탕 아렌'이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입니다.
왼쪽에는 흑백사진이 있고, 그 맞은편 페이지에 이 사진에 대해 시인님이 쓴 글이 있습니다.
흑백사진은 인도네시아 우딘(60)이라는 이름의, 웃통을 벗은 남성이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 수액을 달이는 장면입니다.
김이 풀풀 나는 커다란 솥에 든 것은 이 남성이 십 미터가 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채취해 온 수액이라고 합니다.
사진 속에서 우딘은 그걸 달여서 '아렌'이라는 설탕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인님은 그렇게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아름다운 문장으로 우리를 깨우쳐 주시네요.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라고요.
우리 삶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싼 돈을 주고 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 문장은 우리 영혼의 어두운 골짜기를 환하게 비춰주는 햇빛 같은 문장이네요.
2. 공짜로 받은,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공짜다.'라고 하는 발견은 우리 마음을 낮추어주고 비워주네요.
소년 때부터 천연 설탕 아렌을 만들어 팔아온 우딘은 숲에서 그 원료를 공짜로 받았습니다.
자연이 길러 아무 대가 없이 공짜로 우딘에게 건네준 것입니다.
천연 설탕 아렌을 만들어 파는 일은 우딘의 직업이겠지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자연이었네요.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박노해 시인님은 천연 설탕 아렌처럼 공짜인 것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시네요.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그저 당연히 있는 것이 있는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네요.
이것들이 소중한 것이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나쳤었네요.
신선한 공기가 없다면, 눈부신 태양이 없다면, 샘물이 없다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말 텐데도 말입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지요?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빗방울이네는 가장 먼저 부모님이 떠올랐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부모님은 자식에게 공짜입니다.
자식인 우리는 저마다의 생명을 부모님으로부터 공짜로 얻은 것이라는 뜻에서 말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이란 것이 있었겠는지요?
생명뿐만 아니라 부모님은 아무 바람 없이 그 뜨거운 사랑을 날마다 공짜로 주시는 중이네요.
도서관의 책도요.
그 책 속의 보석 같은 문장들요.
이 문장이 나오는 박노해 시인님의 사진 에세이집 「다른 길」도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렸습니다.
이런 소중한 책들은 삶을 닦아주고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 같은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 이 보물 같은 책들이 없다면 우리 삶은 금방 녹슬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대는 또 다른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요?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말입니다.
박노해 시인님은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글 '천연 설탕 아렌'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에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열매, 산나물, 공기, 태양, 샘물, 자연풍경 ···.
시인님이 예로 든 것들입니다.
이것들은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공짜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지요?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공기와 샘물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값을 치러야 한다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그런 삶은 참혹한 삶이겠네요.
3. 소중하지 않은 것에 매달리는 삶에 대하여
박노해 시인님이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꼽은 것들을 다시 봅니다.
열매, 산나물, 공기, 태양, 샘물, 자연풍경 ···.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얼까요?
가치로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태양이나 공기나 샘물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전기나 생수로 생산해 팔기 전의 태양이나 샘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짜입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이런 것들이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네요.
그러면 그 반대로 '가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에서 그리 소중한 것이 아니라는 말, 인간에게 없어도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네요.
삶에서 그리 소중한 것이 아닌 것들, 인간에게 없어도 될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큰 집, 자동차, 보석, 고가의 스마트폰, 화려한 옷, 비싼 음식 ···.
이런 것들은 삶의 편의를 높여주기는 하겠지만,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의 삶이 위험에 처하는 그런 것들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부차적인 것을 가지려 얼마나 욕망하며 살아가는지요?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갈등하고 이별하고 서로에게 적이 됩니다.
그 경쟁은 결국 괴로움을 낳게 됩니다.
열매, 산나물, 공기, 태양, 샘물, 자연풍경 ···.
우리가 공짜로 얻는 것들에 대하여 감사하고 잘 지켜가는 일을 생각합니다.
공짜로 태어나서 공짜로 얻는 것들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생각합니다.
그 삶에서 얻은,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들도 결국 남에게 공짜로 넘겨주고 사라지는 죽음을 생각합니다.
애면글면 얻으려 하지 않아도 좋은 삶을 생각합니다.
이 소중한 것들에 똑같이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타인을 생각합니다.
경쟁의 상대가 아니라 연대의 대상인 타인을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네요. 편해지네요.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복을 공짜로 받으며 살아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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