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소재로 한 시 4편을 만납니다. 시인님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함께 읽으며 마음을 맑히는 독서목욕을 하십시다.
1.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읽기
윤동주 시인님(1917~1946, 북간도 명동촌)의 시 '별 헤는 밤'을 만납니다.
계절(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헤일 듯합니다.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중에서.
1941년 11월 5일 탄생한 시입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네요.
조국의 앞날에 대한 고뇌 가득한 시를 쓴 시인님이 이 때는 왜 '아무 걱정도 없이'라고 했을까요?
이 구절을 만나는 순간, 어머니의 품이 생각나네요.
누구라도 어머니 품 속에 있으면 아무 걱정도 없습니다.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머니 같은 대자연의 품 속에 안겨있는 시간입니다.
'아무 걱정도 없이' 말입니다.
광활한 우주에 나를 맡기고, 이기적인 나를 잊고 있는 이런 시간에는 생각이 많아지겠지요?
지나온 길들, 그 과정에서 마주쳤던 사람과 사건들, 그리고 나의 길 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이 시에서 시인님은 자신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우리도 무언가 다짐하기 위해 어서 별빛 내리는 가을밤의 언덕으로 가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윤동주 시인님의 시 '별 헤는 밤'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2. 김광섭 시 '저녁에' 읽기
김광섭 시인님(1905~1977, 함북 경성)의 시 '저녁에'를 만납니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김광섭 시 '저녁에' 중에서.
눈에 익은 시 구절입니다.
이 시가 바로 듀엣 유심초의 노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노랫말이 된 시이니까요.
참으로 아름다운 구절이네요.
시인님은 어느 '저녁에' 집밖으로 홀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네요.
그리고 시인님은 이 밤 어느 먼 곳에서 내가 보고 있는 별을 홀로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립니다.
그 순간 시인님과 별과 먼 타인은 '아름다운 삼각형'(「월든」)으로 연결됩니다.
아, 세상에는 나처럼 별을 바라보는 외로운 사람이 있구나!
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였네요.
우리는 이 우주에서 외따로이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네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존재였네요.
그럼 우리는 언젠가 어디선가 무엇인가 되어 만날 수도 있겠지요?
김광섭 시인님의 시 '저녁에'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3. 정현종 시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 읽기
정현종 시인님(1939년~ , 서울)의 시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를 만납니다.
너 반짝이냐
나도 반짝인다, 우리
칼슘과 철분의 형제여.
- 정현종 시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 중에서.
이거 누가 한 말이겠는지요?
정현종 시인님이 50대 중반 때 한 말입니다.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한 말입니다.
너 반짝이냐? 나도 반짝인다!
너도 칼슘 철분이냐? 나도 칼슘 철분이다!
폭발 중인 어마어마한 초신성이 우리 생명의 구성요소들을 방출한다는 사실, 그것이 별의 성분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지요?
과학도 역시 일원론적 우주를 분명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모든 물질은 화학적 원소들의 각각 다른 결합으로 되어 있는데,
그 원소들은 같은 단원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시종일관 이 세계와 하나요,
가장 먼 별과도 하나다.
- 「바가바드 기타」(함석헌 주석, 한길사, 2021년 16쇄) 중에서.
이 가을에 아득히 먼 밤하늘 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두근대는 일인지요?
별아, 너 반짝이냐? 나도 반짝인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이 우주에 가득 차는 기분이네요.
정현종 시인님의 시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 해설 전문을 이 글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4. 장석남 시 '수묵 정원 6' 읽기
장석남 시인님(1965년~ , 인천)의 시 '수묵 정원 6'을 만납니다.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
- 장석남 시 '수묵(水墨) 정원 6- 모색(暮色)' 중에서
이 시는 제목과 본문이 아주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는 시네요.
'수묵(水墨) 정원'이라는 제목, '모색(暮色)'이라는 소제목이 시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입니다.
수묵화 같은 공간, 세상의 모든 칼라들이 저무는 시간입니다.
그 공간에 하늘의 별들이 총총하고요, 귀똘이(귀뚜라미)들이 또 힘차게 울어쌓습니다.
아, 그 귀똘이들이 별들의 운전사였군요.
그렇게 많은 별들을 운행하느라 모두 힘을 모아 그렇게 힘차게 울었군요.
그 귀똘이들한테 가서 한번 안아주고 싶네요.
그 작은 귀똘이들이 이 우주의 거대한 별들을 운행한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도 이 우주적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네요.
참으로 멋진 별밤입니다.
장석남 시인님의 시 '수묵 정원 6' 해설 전문을 맨 아래 링크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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