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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일상

이태원 이름 유래 … 이태원 어떤 동네?

by 빗방울이네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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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 뉴스를 볼 때마다, 막막한 슬픔 속에서도, 이태원이라는 동네가 어떤 동네인지 자꾸 궁금해졌습니다. 이태원은 어떤 역사적 공간인지, 오늘날 이태원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이태원 이름 유래


‘이태원’이라는 동네 지명, 무언가 이국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우물 같기도 하고, 함부로 가서는 안 될 성역 같기도 하고요.

사방에서 이태원, 이태원 하는데, 이태원에 대해 알아둬야겠어요. 이태원동 동주민센터 자료를 훑어보았답니다. 우선 궁금했던 건 ‘이태원’이라는 낯선 이름의 유래. 동주민센터 홈페이지는 “이태원은 조선시대 이곳에 있던 역원인 ‘이태원(梨泰院)’에서 유래한다.”고 밝혔어요.

역원(驛院)이 무얼 말할까요? 바로 여행자 숙소를 말합니다. 조선 초기부터 운영되던 여행자 숙소로는 서울 남쪽에 이태원, 서쪽에 홍제원, 동쪽에 보제원과 전관원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곳에 배나무가 많다고 하여 효종 때 배나무 ‘梨(이)’자, 크고 편안하다는 뜻의 泰(태)자를 써서 이태원이라고 칭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태원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동과 함께 용산구청 관할이에요. 대통령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용산동3가1). 이태원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네요. 그러니까 이태원과 대통령실은 아주 가깝지요.

용산구에는 16개동이 있어요. 이태원 1, 2동을 비롯 한남동, 남영동, 후암동, 용산2가동, 청파동, 원효로1동. 원효로2동, 효창동, 용문동, 한강로동, 이촌1동, 이촌2동, 서빙고동, 보광동 등이 있어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으로 알려진 대공수사기관(남영동 대공분실)이 있던 남
영동, 재벌 회장들이 산다는 대한민국 부촌 한남동 등이 이태원과 가까운 거리네요.

2. 외국인이 서울 오면 반드시 들리는 관광지


동주민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1, 2동을 합쳐 8,544세대 15,174명이 서울 남산의 남쪽 기슭에 살고 있어요. 이태원1동 주민센터는 ‘이태원관광특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가가 형성된 관광과 쇼핑의 명소’라고 홍보를 하고 있었어요. 이태원관광특구!

서울특별시 최초 관광특구!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에 있는 ‘외국인 관광지’를 말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가와 음식점, 유흥시설, 호텔 등 업소 2,000여 곳의 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이랍니다.

이태원 근처에 오랫동안 사는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요.
“외국인들이 서울 관광 오면 무조건 들리는 곳이 이태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태원은 어떻게 외국인을 위해 특화된 동네가 되었을까요? 그 까닭은 이태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아픈 역사 속에서 알 수 있어요.

<한국경제>는 천자칼럼 '아, 이태원'(2022.10.31)에서 이태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네요.
"오래 전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는데, 그게 또 다른 비극을 초래했다. 고려시대에는 몽골군의 병참기지가 이곳에 있었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 보급기지였고, 임오군란 땐 청나라군 주둔지였다. 이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의 군사기지가 들어섰고, 광복 후엔 주한미군기지로 변했다."

6.25 전쟁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위의 칼럼을 계속 보겠습니다.
"6.25 직후에는 피란민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들이 세운 이태원 시장은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물자를 거래하며 상권을 형성했다. 외국인과 유흥시설이 몰린 번화가는 서울의 3대 클럽 지역으로 꼽혔다. 신중현과 윤복희 등 가수들은 미8군 무대와 이태원 클럽에서 밤새워 노래를 불렀다. 한국 댄스 음악의 텃밭이 돼준 클럽 문나이트는 'K팝'의 성장 무대였다. 현진영과 구준엽, 강원래,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등 댄스 가수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네. 이런 역사의 지문들이 이태원의 속살을 이루고 있었네요.

이태원로도로표지판
이태원로 도로표지판

3. 세계와 소통하는 건강한 플랫폼 되길


덴마크, 알제리, 스리랑카, 세네갈, 필리핀, 케냐, 리비아, 파키스탄. 이렇게 이태원에는 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들이 즐비하답니다.

서울의 힙한 장소로 유명세를 떨친 ‘경리단길’도 이태원에 있지요. 그런데 ‘경리단길’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용산기지의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명칭인 육군중앙경리단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 경리단이 길 입구에 있었다네요. 경리단(經理)는 글자 그대로 물자 관리나 금전 출납 업무를 말하니까, 경리단길 명칭의 배경이 그리 낭만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참, 경리단길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부산 해운대의 ‘해리단길’은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서울의 경리단길이 유명해지면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부산 전포동카페거리도 전리단길로 불리고 있어요.

아무튼, 그동안 이태원은 외국인을 위한 거주지가 형성되고, ‘한국 속의 외국’으로 변모해왔네요.

'이태원 밤하늘엔 미국 달이 뜨는가?’ 1991년 윤삼육 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영화 제목이 이태원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지요? 30년 전의 영화인데, 요즘 상황으로는 ‘이태원 밤하늘엔 몇 개의 달이 뜨는가?’로 바뀌어야겠네요.

이태원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낯선 외국 문화를 이해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건강한 플랫폼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이를 위한 공식적이고 건전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과 부상을 입은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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